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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여우야! 내 소원을 들어줘.       /     03/07/20

2003년 7월 19일 오후 8시 부천 시민회관에서는 두 번째 폐막작 <여고괴담>이 상영되었고 두 편의 폐막작이 모두 상영되어 영화제가 폐막했음을 드디어 실감나게 했다. 영화제 기간 내내 셔틀버스에서 TV를 통해 예고편만 숱하게 봤던 <여고괴담>이 드디어 상영된 것이다. 바로 며칠 전까지도 작업을 했다는 윤재연 감독. 신인배우들과 신인감독이 만나 의욕적으로 만들어낸 야심찬 작품 <여고괴담>은 전작들의 명성 때문에도 그 궁금증과 기대가 증폭된, 한마디로 흔들어 놓은 콜라병 같은 것이었다. 뚜껑만 열면 터질 듯한.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일로 우리를 찾아온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으로 올라가보자.


Q. 소희와 진성의 관계에서 동성애적인 면이 드러나는 것 같은데 감독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만들진 않았구요, 여고생들이 흔히 갖는 진한 우정의 감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한국에서 ‘여고’라는 공간은 ‘한’을 가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고괴담 1, 2편에서는 학교 안에서의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그것을 부각 시켰는데 비해 3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이번 영화에서는 ‘학교’와 ‘학생’이라기 보다는 ‘사회전체와 여고생’ 그 속의 억압, 갈등을 다뤘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의외로 짧은 단답형 답변을 해, 관객들의 길디 긴 질문을 명쾌하게 설명하셨다.)



Q. 스토리가 꽉 짜여진 것에 의한 공포 유발이라기보다 기타 효과들에 의한 공포 유발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스토리가 부족한 부분에선 소리로 채워 넣었구요, 공포를 원하는 관객에게 더욱 효과적인 방법들을 사용한 것은 부끄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들이 있긴 하지요.


Q. (제작자에게) <여고괴담> 시리즈 기획에 있어서 너무 상업적인 면에 의존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상업영화 목적인 것 맞구요, 저는 상업영화 만드는 사람 맞습니다. <여고괴담>은 10편까지도 만들 계획입니다. <여고괴담>을 만들며 향수를 느꼈어요. 이거야말로 시리즈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새로운 배우와 감독과 일하는 것은 제작자 입장에서 다양한 보람과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구요. 이 작품에 관해서는 제작자로서 80% 만족합니다. 하지만 사실,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을 앞서 생각하지는 않구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지요.



Q. 감독님과 혜주 역의 배우님에게 물어보고 싶은데요, 혜주가 너무 심하게 다뤄진 것 아닌가요? 저로썬 가장 연민이 가는 인물인데요. 혜주 역을 맡으신 조안 씨께서는 어떻게 연기를 하셨는지?

A. (감독님) 혜주뿐 아니라 4명의 인물 모두가 그런데요, 꿈이 욕망이 되어가고 우정이 집착이 되어가면서 피해를 입게 됩니다. 꿈이 변질되어 가며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것이 스토리를 끌고 가고 있구요, 혜주 역할은 사랑을 받고 싶은데 받지 못하고 그러면서 더 사랑을 받고 싶어 하잖아요. 너무 부족한 나머지 도에 넘치게 되는 상황이요. 동정을 가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가는 역할이죠.

(혜주/조안 씨) 사실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웃음). 불쌍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네 인물을 보면 모두가 불쌍하죠. 그래서 괜찮았어요.(또 웃음)



Q. 영화에서 '여우계단'의 정체가 과연 뭔지, 누가 소원을 들어주는 것인지는 전혀 안 나오는데요.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애초에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여우계단'의 정체는 없다, 로 나갔어요. 다만 등장인물들 모두 가지고 있는 꿈과 우정, 이런 것이 욕망과 집착으로 변질되면서 스스로 자기를 갉아먹게 되는 거죠.



Q. 배우들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웃음) 모두 처음 영화를 찍었는데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세요. 아, 그리고 조안 씨는 소름에 이어 두 번째 영화인데요 어떠셨는지?

A. (진성/송지효 씨) 영화를 찍으면서 캐릭터가 원래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보였어요. 진성 역은 냉정하고 차갑고 이중적인 성격인데 속으로 뭔가를 숨기는 음흉함이 있잖아요. 영화 속에서 잘 표현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소희/박한별 씨) 제가 찍은 영화라 그런지 보면서 ‘무섭다’라는 생각보다는 ‘저 장면을 찍을 때 어땠지’ 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는데요, 시나리오 상에서 소희는 순수하고 순진하고 욕심도 없고 그랬는데 영화를 찍어나가면서는 좀 더 얌체같이 변했어요. 불쌍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잘 드러났는지 모르겠어요.

(혜주/조안 씨) <소름>을 찍을 때는 대학에 막 입학해서 지금보다 살이 쪄있을 때라 알아보기 힘드실 줄 알았는데 아셨네요. 연달아 공포영화를 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오디션을 많이 보러 다니다가 제게 기회가 온 작품을 한 것이고요, 신인배우인 제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웃음)

(윤지/박지연 씨) 처음엔 고등학생 역할이 잘 맞을까 걱정했는데 제 자신을 많이 버려가면서 찍었어요. 그런데 편집이 많이 돼서, 보여지는 분량이 많지 않네요. 영화를 시작하게 해준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Q. (제작자에게) 앞으로 어떤 아이디어로 승부할 생각이십니까? ‘상업적인 공포’ 입니까? 아니면 ‘새로운 가치’ 입니까?

A. 사실 1편에서 보여 줄 것은 다 보여줬는데요 3편은 이야기 만드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단골적인 아이디어를 찾고 있어요. 그리고 배우나 감독의 생각으로 영화의 모든 것을 결정할 것입니다.


Q. (감독님께) 모두 신인이신데 앞으로의 꿈은 어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A. 사실 지금은 며칠 전까지도 여고괴담 마무리 작업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매달려야하기 때문에 다음 단계를 생각해보진 않았구요 이번 영화에서 못했던 것을 다음 영화에 담고 싶습니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은 공식적으로 생생통신의 마지막 GA기사가 되었다. 보기만 해도 상큼하고 아직은 숨겨진 매력이 더 큰 네 신인 여배우들과 역시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신인 감독님과의 GA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시간이 모자르도록 진행되어 질문에 대한 답을 다 듣지도 못하였다. 폐막작 <여고괴담>의 감독님과 배우들이 품은 그 가능성처럼 2003 PiFan도 앞으로의 더 큰 도약을 꿈꾸며, 싱그런 그녀들과 함께 ‘안녕’을 고한다.


- 마지막 GA기사를 쓰고 영화제 끝을 실감하는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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